녹슨 대못
/ 운계 박 충선
박힌 채로 구부러진
녹슬어 붉은 몸
부식으로
터진 껍질 털어내지 못하고
바람 벽에 핏물을 흘리고 있는
깊숙이 박힌 대못은
그리도 고약한
내 고집의 형상이로다
스스로는
바로 일어 설수도
곧게 펼수도 없이
시신처럼 굳어버린 고집은
꽉 물고 있는
아집의 이빨
아파할 줄 모르고
비의 씻김도 마다하고
더 흉하게 녹슬어 가는 구부러진 대못
아무도 벗은 옷
걸어 놓을 생각도
아무도 빼어내 곧게 펴
기름칠 해 줄 생각도
무관심의 끝자락에
혼자 쓸쓸이
붉은 눈물 흘리고
후회한들
때 놓친 이의
색 바랜 자서전 이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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